-
김영언 - 어머니의 세월시(詩)/시(詩) 2014. 8. 5. 22:18
- 한리포 전설 3
얘들아 한가위라 두둥실 보름달이 떴구나
바다 건너 떠났던 아들이 돌아오고
풍족한 색깔의 넥타이 끝에
말끔히 묻혀온 육지의 생활은
왜 그리도 바쁜 것인지
하룻밤만 더 묵어가라는
등 굽은 어머니의 간곡한 바램 끝으로
마당가 시름없이 흐드러진 코스모스만
가냘픈 고개만 살레살레 흔들어대고
절대로 끼니는 걸르면 못쓴다
보퉁이가 터질 듯 마음을 꾸려넣으시는 손끝으로
유년을 온통 훌쩍이며 흘러내리던
절망처럼 희멀건 코를 훔쳐주시던
젊은 어머니의 막막한 한숨이 되살아나고
칭얼거림으로 업혀 넘던 고갯길
숨가쁘게 뒤따르시는 발길에 채이는
몇 무더기의 돌부리 같은 세월 뒤론
여전히 싯푸르게 바다만 출렁여대고
부둣가 비탈길 두렁 가득 핀 메밀꽃이
하나 둘 꺾이어 시들어 가고 있었다(그림 : 강요배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영언 - 번지 없는 그리움의 저녁 (0) 2014.08.05 김영언 - 그해 설날의 전설 (0) 2014.08.05 김영언 - 가을 포구에서 (0) 2014.08.05 김영언 - 수인선 (0) 2014.08.05 김영언 - 살구꽃 핀 세월 (0) 2014.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