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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언 - 가을 포구에서시(詩)/시(詩) 2014. 8. 5. 22:15
부슬부슬 내리는 한나절 가을비에
작은 포구가 비릿하게 젖고 있구나
잡다한 굴곡으로 드러나는 후미진 세월 저편
신기루처럼 뒷산 고개를 넘던 꽃상여의 그림자
한 서린 어머니의 마지막 표정 몇 가닥을 따라
친구의 유년을 온통 적셔대던 눈물
고향 떠나와 파도 속에 삼키며
철들 무렵
몇 톤 안강망으로 깊이 모를 바다를 떠돌고
그 어디쯤에서일까
샐 틈 없이 견고한 그물코를 물고
분노처럼 매달려 오르는 꽃게들의 행렬을 따라
바다의 한 끝을 물고
비좁은 포구의 기슭에 묶이어
야트막한 해안 절벽을
그 시절처럼 노오랗게 물들이고 있는
몇 포기 들국화 가냘픈 손길 아래
조금씩 마모되는 뱃머리로 잠시 누울 때
폐선 몇 척 무겁게 젖으며
그의 어깨처럼 기울고 있구나(그림 : 조부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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