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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비는 쟁여논 말씀을 풀고
나무들의 귀는 물이 오른다.
나무들은 전신이 귀가 되어
채 발음되지 않은
자음의 잔뿌리도 놓치지 않는다.
발가락 사이에서 졸졸거리며 작은 개울은
이파리 끝에서 떨어질 이응을 기다리고.
각질들은 세례수를 부풀어
기쁘게 흘러 넘친다.
그리고 나무로부터 한 발 물러나
고막이 터질 듯한 고요함 속에서
작은 거품들이 눈을 트는 것을 본다.
첫 뻐꾸기가 젖은 몸을 털고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는다(그림 : 김철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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