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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 연신내 약국 앞 포장마차시(詩)/시(詩) 2014. 7. 19. 08:58
사람들이 그리워 한 것은 불빛이었는지 모른다.나 또한 불꺼진 집을 한참 바라보다 여기에 왔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불빛에 흑백사진처럼, 엑스레이처럼 비쳐졌다.
저기 불빛을 등진 사람의 얼굴에 남은 그림자와 불빛이,
불빛을 마주 앉은 사람의 등 뒤에 생기는 제 그림자 속으로
오늘 잠들 수 없는 이유들을 고스란히 적어가고 있다.
오늘 하루가 전 생애였음을 알겠다고, 젖은 불빛이 젖은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본다.
소주잔이 비워지듯 오늘 하루 비워 낼 수 있다면,
내 삶은 왜 이 같지 못한거냐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은 그 불빛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식은 국수가락 같은 어깨를 툭툭 쳐보며
일어서려 하지만 쉽게 일어 설 수 없었던 것은
오늘 그가 일용할 양식을 위해 너무 아팠던 때문이라는 걸 불빛은 안다.
그렇게 돌아서는 사람의 비틀거리는 어깨를끝까지 잡아주던 그 불빛을 기억한다.
(그림 : 이석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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