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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영 - 폭포 앞에서시(詩)/시(詩) 2014. 7. 17. 23:42
얼핏 강이야 태연하게 흐르지만
안으로는 생고무줄보다 팽팽한 긴장 의 끈 서로 끌며 당기며흐른다는 사실을 폭포수 앞에서야 깨닫는다
깎아지른 벼랑을 몸 전체로 예감하는 그 탱탱한 흐름을
떨어지는 모든 것에는 긴장이 들어 있다
한 방울 이슬 속에도 반드시
차돌멩이의 단단한 긴장이 들어 있다
일몰(日沒) 앞에 서 보면
하루가 이끌리던 빈 수레바퀴에도
노을 속으로 뚝뚝 떨어지는 저 새의 날갯짓에도팽만(膨滿)함이 들어 있음을 본다
어디론가 흐르는 저녁노을
구리발톱 같은 노을에 이끌리고
이끌리다가 느닷없이
저 불의 폭포를 만난다
하물며 우리 생애가
어찌 평화라고만 말하겠는가
하찮은 미물에게도 그것들만의
꾸려야 할 순간순간의 가쁜 숨결이 있듯이
톱니와 톱니가 맞물려 서로 끌고 끌리는
어쩌면 사는 일이 그런 강물인 것을
그러다가 느닷없이 떨어지는
저 불의 폭포인 것을(그림 : 안영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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