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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 - 파편, 그 깨끗한 소멸시(詩)/시(詩) 2014. 7. 17. 10:02
고향 장독대에 사금파리 몇 개 누워 있다
모서리가 닳아 헐렁해진 모습으로
금싸라기 햇살 한 움큼씩 쥐고 있다
개다리 소반 위 고봉으로 퍼올리던 사랑
진국 막걸리 텁텁한 뒷맛 다시며
깨진 우유빛 막사발 조각을 줍는다
속울음 고여 있던 서푼짜리 그릇들
내 꿈처럼 깨지고 부서져서야
옹기종기 작은 벌레의 집이 되었구나
손 안에 모인 파편들 조용한 질문이 된다
언제 나를 비우고 누굴 감싸 보았던가
누구의 빈 자리를 채워 보았던가
개미 한 마리 따라와 손등을 깨문다
나는 깜짝 놀라 사금파리 조각을
제자리에 던져 놓았다
내 마음 휘묻이하듯 돈나물 줄기
숨결 파릇 기어가고 있다'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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