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혜경 - 빈자(貧者)의 저녁시(詩)/시(詩) 2014. 7. 14. 10:59
가슴속에서 부서지는 것이 있다불타올라
내가 잠들어야 할 들판의 마른 풀까지 모두
태워 놓고 돌아가는
저 잔잔한 모랫바람.
그림자를 키대로 늘여 놓고
이 텅 빈 마을의 복판에 서서.
산과 산 사이 길이 있다
네가 가는 길
그리움으로 불타오르는 저 산을 보라.
허섭스레기 같은 잡초들까지도 네가 밟으면
뿌리까지 수줍음에 물이 드는 산
뒤돌아 올수록 선명하게 타오르는
저 불빛, 너를 비추며
내 몸의 마디마디가 핏빛으로 타고 있다.
우리가 가다가 멈춘 땅에도
풀이 자라고 모래가 부서지고
새가 나른다 흔들거리며 벌레들이 긴다.
이윽고 모든 것들이 잠이 들고
사라져 없어질 때까지
나는 여기서 멈추어 있으련다
그림자만으로 가고 있는 사람아.
(그림 : 채경서 작가)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국훈 - 한여름 밤의 소망 (0) 2014.07.15 노혜경 - 눈물보다 푸른 (0) 2014.07.14 노혜경 - 슬퍼할 권리 (0) 2014.07.14 김영언 - 아무도 주워 가지 않는 세월 (0) 2014.07.14 김만수 - 겨울 죽천리(신항만 공사장에서) (0) 201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