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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진 - 장 달이기시(詩)/시(詩) 2014. 7. 7. 22:59
새파란 초생달
얼고 녹는 것 다 보았으리
지푸라기 몇 가닥에 매달려
흔들리며 절망하며 단단해지며
가슴에 푸른 곰팡이도 피웠으리
허리 졸라맨 새끼줄로도 금줄삼고
햇살로 풀어놓은 검붉은 핏물도
까맣게 탄 가슴에 적셔보았으리
녹슨 화덕에 장을 달인다
뜨거운 한낮을 지나
자글자글 가라앉는 검붉은 석양
허리 아픈 땅거미로 다리 길게 뻗어
달이고 달인 장 빛이
평상에 쉬어갈 때까지
(그림 : 조창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