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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돌덩이 하나 들어내지 못해
재 넘어 너럭바위에 앉아 해가 저문다
무릎에 손을 얹고 손등에 턱을 괴고
땅 위에 무언가를 끼적이다가
문득 나뭇가지에 앉은 새 한 마리 본다
가까이 있는데도 기척을 모르는 듯
이 저녁 어두워가는 하늘 아래
저 혼자 엉성한 깃털을 부리로 뒤적이고 있다
끝내 들어내지 못한 돌덩이 하나
마음에 진 채로 더디 일어서려다
나뭇가지 위 그림자로만 남아 있는 새를 본다
버리지 못하는 무엇이 있어
그림자는 아직도 날아가지 않았을까
저물도록 나는 그 새의, 새는 나의
캄캄한 그림자가 되고 싶은가 보다
(그림 : 김기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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