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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준 - 고욤나무 밑시(詩)/시(詩) 2014. 7. 7. 22:45
조개젓 담으려고 동네 아낙들
성숙이네 고욤나무 밑에서 조개를 깐다
원익오매 새창말아주매 광재오매
입담 건 기찬오매 경상도서 이사 온 경철오매까지
동네 얘기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껍질을 벗는다
순서 없어도 주어 없어도 말끝을 흐려도
고욤나무는 그게 누구 얘긴지 무슨 속인지
다 알아듣는다 차마 말 못한 속까지 다 알아듣고는
고욤나무 잎들을 가만가만 끄덕인다
성숙이네 고욤나무 발등에는껍질 벗은 속들이 수북수북 쌓인다
(그림 : 이원진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