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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초 - 봄
    시(詩)/이병초 2014. 7. 5. 18:01

     



    바람이 처마 밑을 쑤석거리는지 흙먼지 냄새가 맵다

    빈 감나무가지 흔들리는 문창 편지지에

    달래 냉이 싸랑구리 적어두고 손톱처럼 뜯어먹는 봄이다

    미나리꽝에 일 붙인 덜덜덜 어금니 닳아 없어진 아재들이 저녁꺼리를 놓고 가고,

    뙤똥허게 치대지 좀 말라고 형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싸이나 먹었다는 멧비둘기 몇 마리 던져두고 갔다

    간에 심장에 덥적 올라붙었다는 벌떡증을 쓸어내리며

    어쩌다 가랑잎처럼 배달되는 문 밖의 소식을 때 낀 발가락으로 펴보았다

    제 손에 감춘 화투짝같이 감격적으로 붙여오던 눈빛들을

    쥐약에 버무려두었으나 쥐새끼들은 시도 때도 없이 찍찍거렸다

    얼레미로 채어 추려내고 싶은 것들이 많은 이른 봄이어서

    바람소리가 사방에서 치통처럼 쑤셔댄다

    뙤똥대다, 뙤똥거리다 : 작고 묵직한 물건이나 몸이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크게 기울어지며 자꾸 흔들리다

    얼레미(명사)어레미 : 바닥의 구멍이 굵은 체의 사투리(전북).

    (그림 : 신종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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