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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송송썰고
신김치 숭숭썰어
끓는물에 풍덩 잠수시켜서
사리스프넣고 설설끓이다
치즈 한조각 살짝얹고
친구가 준 오리알하나
후르륵 풀어넣고
냄비뚜껑을 닫는다.
내가 내의지대로
맘대로 할수있는일은
라면끓이는일 밖에없다.
넣고싶은대로 넣고
끓이고싶은만큼 끓이고
먹고싶은만큼 먹고
그렇게 자유롭다.
'스트로가노프'를 먹을때나
'믹스 파스타'를 먹을때는
분위기를 잡아야하고
입언저리도 정결하게 해야하고
품위도 지켜야하는데
범생이에게는 갑갑한 일이다.
사는일도 폼을잡으려면
가려야할것 많아 답답하고
냄비뚜껑을 받치고
퉷마루에 쪼그려앉아
후루룩대며 먹는 오뚜기 열라면이
차라리 솔직하고 담백하다.
이탈리안레스토랑이나
꽃등심집에서는
우아한 인생들이
우아한 얘기들만 하고있을텐데
나는 지금
라면국물에 밥을 말아먹을까 말까
고민중이다..(그림 : 변응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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