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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자 - 녹음의 미학시(詩)/시(詩) 2014. 6. 29. 18:35
깊고 깊은 가슴 뿌리까지 얼었을 때
층층이 동여매어
소리 하나, 바람 한점 들어오지 못하게
얼음 열쇠로 문을 닫았을 때
그 겨울 저수지에는
반질반질 고독이 흐르다가
고개 꺾인 마른 풀이 계면쩍은 눈으로길손을 반기다가
그런데 입춘 무렵
그 단단한 무쇠 가슴이 다 녹아
혹시 잘못 본 것일까
눈을 비벼 뜨고
또 크게 뜨고 보아도
출렁이는 어머니 사랑 같은
저수지 물이 한가득
그랬구나
네게도 숨겨둔 장작불 있어
마음을 녹이고, 몸을 녹이고
뿌리까지 다 녹아 가슴 후련한 날을
안고 있구나
어찌 알았을까
한겨울 다 떠난 물오리 떼
물 위의 꽃처럼 떠다니니
빈 집에 보물이 가득 들어온 거야
녹아라, 녹여라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도 지났는데
티끌까지 다 녹여버려라
저수지가 얼음을 풀었을 때
생명 가득 부자이던 기억
오늘 저 광경을 가슴 속에 묻고 살거라
(그림 : 이승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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