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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엽 - 청답(靑踏)시(詩)/이지엽 2014. 4. 8. 14:09
댓잎들 사각거리는 뒤울 안에
달빛이 고봉으로 내립니다장독대 헛배부른 항아리들이 깍지 무릎을 껴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습니다
머리통들 위에 은빛살 환합니다어디서 소슬한 동부새 한 줄금 불어오자
지느러미 파닥이며 살아나는 강물, 항아리들은
맹꽁이 울음을 싣고 그대로 청람빛 바다입니다하얀 모랫벌 저요, 저요 발 동동 구르는
고사리손들 보입니다
꽈리 눈동자들 또글또글 합니다나는 오진 마음에 입다물지 못하고
어느 것에게로 가서 먼저 가만 말 건네 볼까
검지 손가락 침 묻혀가며 망설이고 있습니다.청답 (靑踏) : 푸른 초목(草木)을 밟는다는 뜻으로, 봄의 야외(野外) 산책(散策)을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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