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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나 바람잔 날은 티눈 떨어질까 애끈하더니
어느 사이 이팝나무는 돌담 빼곡이 고개 디밀었지요
예닐곱 살 꼬마애들이 소꿉장난하다가 싫증이 났는지
남자애들은 업어치기하는 놈, 자물시는 놈, 안다리 후려치는 놈,나 잡아봐라 하늘 귀밑까지 아슬히 기어오르는 놈, 미끄럼 타는 놈, 나동그라지는 놈
여자애들은 그걸 올려보고 흰 치아 보일락말락속곳 보일락말락 까르르 까르륵거렸는데요,
서른 여덟 노총각 준석이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눈 꺼묵이며 애먼 마당 구석구석을 팍팍, 팍팍 쓸어내고 있었는데요
빗자루 지나간 자리가 가는 줄무늬를 연신 따라가며
아파 아파라, 하고 있었지요 아마(그림 : 김승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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