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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엽 - 새벽, 안개에 갇히다시(詩)/이지엽 2014. 4. 8. 14:04
선명하게 읽을 수 있는 마음이란 없는가
길 위에서 길을 잃듯 생각을 하다 생각을 잃고
도저히 추측할 수 없는 곳에 닻을 내린다
그러기에 정박 중인 나의 낡은 배들은
쉼 없이 중얼거리며 출렁거려야 하리
죽음은 끊어진 섬처럼 갑자기 오리라
드디어는 네 중심에 이르렀다 확신했을 때
미끄러져 나가는 손, 이름이 지워지고
어느새 뜨거운 포옹도 물가로 밀려나와 있다
패총처럼 쌓이는 시간의 무덤을 향해
전조등을 켜고 더듬더듬 나아가는 생(生)
흔들어 작별하기엔 산은 멀고 길은 젖어 있다(그림 : 한희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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