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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엽 - 해남에서 온 편지시(詩)/이지엽 2015. 8. 24. 23:30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간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 하고 지난 설에도 안 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 것는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안 그냐.
쑥 한 바구리 캐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잔 혔다지랄놈의 농사는 지먼 뭣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돈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너할코 종신서원이라니…
그것은 하느님하고 갤혼하는 것이라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파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그림 : 하삼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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