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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엽 - 남창장날 매생이시(詩)/이지엽 2015. 11. 4. 02:51
이보시오 이라고 이쁜 놈 가져가게라
명주실보다 가늘고 소털보다 빽빽하지만
단맛에 풋풋한 향내가 장난이 아니어라우
빛깔이 검푸르족족 꼭 새각시 윤기나게 빗어붙인
고 뒷머리같이 정갈하게 겁나 곱구만요
바닷물에 흥글흥글 씻어 반질반질 멱 감은 것이 영 보기 좋소 안
나말이요? 새복 네 시에 나왔제
석화도 캐고 포래도 매고 김도 허고 갯바닥 일 그치믄
논밭으로 내달려 칠십 평생 안 해본 일이 없제라우
냄비에 물 쪼깐 바글바글 끼래 석화 한 주먹 넣고
요것 한 덩이 여갖고 젓다가 다글다글 끓으면
간 맞추고 참기름 한 방울 툭 쳐서 묵어보소
마늘은 넣지 말고 지한테서 푸르라니 향이 나온단 말이어라우
그 향 정말 기가 맥히요이 내동리 완전 자연산이요 자연산
모다 도란장날 볼 것인디 내 뭘라고 거짓말 한다요
남창장날 :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 2일 , 7일에 열리는 5일장
(그림 : 김의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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