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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영 - 창 (窓)시(詩)/박종영 2014. 3. 10. 14:25
넒은 세상에는 수많은 눈이
옹기종기 창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창을 처음부터 만들어 놓고
비밀스런 얘기를 엿듣는
가슴 부푼 바람도 있습니다.
외로운 달빛은 새벽으로만
향긋한 풀 향기를 실어와
좁은 창문으로 밀어 넣으며,
애절한 사랑 얘기만 주워담아
창밖으로 도망치고 있습니다.
가끔 창 밖에서는 빗나간 사랑과
앙큼진 이별과,
지루한 적막의 시간이 밤을 지키다가
설레어 흡족한 아침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모순으로 실패할수 없었던 날,
여리고 고운 싹으로 피어나는
푸른 잎의 행진이 창틈으로 스며들며
요염한 웃음도 놓고 갑니다.
창(窓)의 본질을 알아내는 일,
그거 기어이 소멸하지 않고
곱살스런 지혜의 창을 열어두는
임의 시간으로 조바심입니다.(그림 : 김순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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