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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영 - 여름, 청명한 소리 위를 걷다시(詩)/박종영 2014. 2. 4. 16:48
여름 산의 주인은 녹색의 울림이다
그 첫 번째 소리는 계곡의 물소리다
나뭇잎 부딪치는 풋풋한 소리 그것은,
산이 들려주는 두 번째 빛나는 청량제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산의 그리움을 달래주는 것은
나무 틈에 숨어 아양 부리는 산새 울음소리,
그거 달콤한 연인의 메아리로 즐겁다넉넉한 산의 가슴을 딛고 오르는 슬기찬 발걸음들,
고단한 삶이 산을 넘어가는 소리,
그토록 청명한 소리 위를 걷는 우리 모두
싱싱한 나무의 웃음으로 닮아가기 위해서다골마다 생명의 소리로 우쭐대는 녹색의 몸짓들,
언제나 청초함으로 숲과 나무의 간격을 좁히는
바람의 속삭임, 그 아래 산허리 투명하게 휘감는 안개,
첫새벽의 신처럼 슴슴히 박명의 숨소리가
천 년 바위에 새로운 이끼를 새기고,
늦여름 극치의 위안으로 다가오는 초가을 앞에서
희망을 손짓하는 푸른 산을닮아가는 그대는 과연 누구신가?
(그림 : 조영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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