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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초승달을 꺼내들고
묻힌 별을 하나씩 파내고 있습니다
하늘은 저 많은 별을 어느 고랑쯤에 심어놓고
환하게 키우는지
눈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수북합니다
별은 더러 강으로도 떨어져서
어둑한 물길을 불러냅니다
백목련이 하르르 지며 종일 문을 두드려도
물밑에 잠긴 듯 고요하게 있는 한 사람
늦게 닿은 기별인 듯
비로소 물결을 엽니다
물밑에 오래 쪼그리고 있던 별이
저린 발을 끌고 지류를 따라 흘러갑니다
말간 몸을 가진 물별이 되어
다시 하늘에 심어지는 중입니다(그림 : 한희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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