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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고 뭐시고 소용없는 나이가 되면
저 즐거운 공장으로 갈 거다
욕심 훨훨 풀어주고
펭귄공장으로 갈 거다
흰 가운에 위생모 쓰고 비린 생선 삶고 찌며
유쾌한 패설들 속으로 들어가 보고
쿡쿡 옆구리 찔러가며
그 여편네 흉도 볼 거다
오래된 벽으로
담쟁이 걸어가는 점심시간
깔깔깔 웃음소리 겹벚꽃으로 피고
바람은 바다에서 불어오는가끔은 반장에게 삿대질하며
고래고래 항의도 하고
여럿이 작당하여 작업거부도 할 거다
월급 타면 돼지목살 한 근 사서
묵은 김치에 들들 볶아
목청 좋은 여편네들과 소주도 한 잔 할 거다저녁이 길고
아침은 멀리에서 더디게 와도
비린내 밴 작업복 야무지게 빨아 입고
마지막 행운번호
꼭 붙들고 살 거다(그림 : 김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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