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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선희 - 탁주
    시(詩)/권선희 2014. 1. 22. 21:18

     

     

    제수씨요, 내는 말이시더. 대보 저 짝 끄트머리 골짝 팔남매 오골오골 부잡시럽던 집 막내요.

    우리 큰 시야가 내캉 스무살 차이 나는데요.

    한 날은 내를 구룡포, 인자 가마보이 거가 장안동쯤 되는 갑디더.

    글로 데불고 가가 생전 처음으로 짜장면 안 사줬능교.

    내 거그 앉아가 거무티티한 국수 나온 거 보고는 마 바로 오바이트 할라 했니더. 희안티더.

    그 마이 촌놈이 뭐시 배 타고 스페인꺼정 안 갔능교.

    가가 그 노무 나라 음식 죽지 몬해 묵으면서 내 구룡포 동화루 짜장면 생각 마이 했니더.

    생각해 보믄 울행님이 내 보고 샐쭉이 웃던 이유 빤한데 내는 그 촌시럽던 때가 우예 이리 그립겠능교.

    마 살믄 살수록 자꾸 그리운기라요.

    그기 첫사랑 고 문디가시나 그리운 것에 비할라요.

    내 품은 가시나들 암만 이뻐도 울 행님 그 웃음 맨키야 하겠능교.

    뭐시 이리도 급히 살았는지 내도 모르요. 참말로 문디 같은 세월이니더.

    제수씨요, 무심한 기 마 세월이니더. 우예든동 한 잔 하시더…….

    방금, 바람이 다녀갔다
    그물을 꿰고 만선기 꼽으며 채비했던
    무수한 사연들이 출항했다
    은빛 돛대를 세우고 귀환을 약속하는 갈매기떼
    우루루 비상하는
    여기 구룡포,
    나는 詩를 쓰지 않았다
    축항을 치는 파도와 말봉재 골짝골짝 넘나드는 바람
    그들의 이야기를 가끔 받아적었다.
    (권선희시집 구룡포로 간다 서문 中에서)

    (그림 : 김정호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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