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효근 - 수련이 지는 법시(詩)/복효근 2014. 1. 20. 11:48
수련은 질 때
꼿꼿하게 수면 위로 뻗어 올렸던
꽃대에 힘을 빼버린다
수면 아래로 가라 앉혀
오므린 꽃을 제 뿌리 곁에 묻는다
부리에서 꺼낸 빛깔과 향기를
다시 거두어 제 어미에 젖을 물리는 것이다
왔던 길로 되짚어 돌아간다
발자국 마저 지우고
없었던 그 자리 찾아간다
가장 거룩한 신화를 바람 위에 쓴다
가장 아름다운 자화상을 물 위에 그린다
제 주검을 제가 치우고 가는
완전연소 차가운 불꽃의 생(그림 : 이명임 화백)
'시(詩) > 복효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효근 - 사랑한 적 없다 (0) 2014.02.10 복효근 - 어느 대나무의 고백 (0) 2014.02.02 복효근 - 따뜻한 외면 (0) 2014.01.02 복효근 - 멀리서 받아 적다 (0) 2014.01.02 복효근 - 겨울밤 (0) 2013.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