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효근 - 멀리서 받아 적다시(詩)/복효근 2014. 1. 2. 12:37
국화 마른 대궁을 베어버리려 낫을 들이대니
시들어 마른 꽃 무더기에서
뭉클한 향기 진동하다
서리 몇 됫박 뒤집어쓰고
잎부터 오그라들 적에
오상고절도 어쩔 수 없구나 했더니
아서라 시취(屍臭)까지 향기로 바꾸어내는 고집
그 꽃다운 오만 앞에서 낫을 거두다
안도하듯 다시 뱁새 몇 마리
그 그늘 아래 찾아들고
하, 고것들의 수작이라니
밤새 서설이 내려 꽃을 새로 피우다
애초 내가 간섭할 일이 아니었다(그림 : 서기문화백)
'시(詩) > 복효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효근 - 수련이 지는 법 (0) 2014.01.20 복효근 - 따뜻한 외면 (0) 2014.01.02 복효근 - 겨울밤 (0) 2013.12.29 복효근 - 푸르른 욕 (0) 2013.12.28 복효근 - 노고단 구룸바다 (0) 2013.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