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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 노고단 구룸바다시(詩)/복효근 2013. 12. 27. 22:22
어머이는 또
햇소캐를 조렇게 널지게 페 놓으시고
이불을 지을랑가 보네
가실 내내 산몬당 별밭에서
미영을 따시드만
묶어보낸 논뙈기 밭뙈기 한나 읎이
숟구락 몽텡이 한나 읎이
제금 내보낸 첫째 둘째 셋째 생각에.....
안즉 새복
서리 바람 차운디
넉넉헌 아침 햇살 지대로 퍼져서
시상일 따땃해질 때까장
내 딸내미 내 새깽이 이 시상 왼갖 짐승 새깽이들도
새 이불 펴 덮고서나 꽃잠 자라고
지리산 어머이
섬매이로 혼차 서서
햇소캐를 펴 널고 계신다
햇소캐- 햇솜
산몬당-산마루
미영-목화
제금-분가해 나간
섬매이-섬처럼
어머니는 또
햇솜을 저리 넓게 펴 놓으시고
이불을 지으려나보다
가으내 산마루 별밭에서
목화를 따시더니
묶어보낸 전답 하나 없이
닳아진 숟가락 하나 없이
제금 내보낸 첫째 둘째 셋째… 생각에
아직 새벽
서리 바람 차운데
넉넉한 아침 햇살 잘 퍼져서
세상일 따뜻해질 때까지
내 딸 내 새끼 이 세상 모든 짐승 새끼들도
새 이불 펴 덮고 꽃잠 자라고
지리산 어머니
섬처럼 홀로 서서
햇솜을 펴 널고 계신다(그림 : 김길상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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