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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만 - 그 철길에 해바라기가 산다시(詩)/서상만 2014. 1. 20. 11:24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기차는 오갔다
철길 옆에 피었다는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있었지만,
소음에 흔들리고 있었다
오가는 길의 꽁무니를 붙잡을 수 있을까
사라진 길의 끝은 보이지 않고
세상이 궁금해
날마다 목을 뽑고 바라보았다
늘 정해진 풍경에
머리가 무거운 해바라기
생각을 쥐어짜면 한 사발의 기름이 나올 것도 같았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늘 그 자리
왜 이곳을 떠날 수 없었을까
할머니 어머니도 다만 꽃이라는 이유로
소음에 그을리며
초라한 목불같이 서있어야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또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무거운 모가지를 내어주고
어이없이 바닥에 누워야만 했다(그림 : 차현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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