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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성택 - 비에게 쓰다
    시(詩)/윤성택 2014. 1. 17. 18:34

     

     

     

    버스는 아가미를 열고 우산 몇을 띄워놓네

    다음 정차 역까지 단숨에 가려는 듯 바퀴마다 지느러미 같은 물길이 돋네

    떠날 수 없는 정류푯말만 발밑 꽁초를 길가로 밀어 넣네

     

    밤은 곳곳의 네온 글자를 해독하지 못하고,

    푸르다가 붉다가 점멸하는 자음만으로 도시를 읽네

    건너편 창을 훑고 내려오는 자동차불빛 밀물처럼 모서리에서 부서지네

    파도소리가 밤새 저리 뒤척이며 경적을 건져낼 것이네

    한 떼의 은빛 치어가 가로등으로 몰려가네

    살 오른 빗방울이 창문으로 수없이 입질을 해오지만

    내가 던진 찌는 아무것도 물어오지 않네

     

    이렇게 텅 빈 밤이면 그립다던가 보고 싶다던가

    모스부호처럼 문자메시지를 타전하고 싶네

    살아가다보면 한번쯤 좌표를 잃는 것인지

    이 막막한 표류를 어쩌지 못하네

    무엇이든 깊어지기 시작하면 그렇게 일순간 떠오르는 것

    흐르는 생각 끝에 맨홀이 역류하네

    (그림 : 조성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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