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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택 - 청춘은 간다시(詩)/윤성택 2014. 1. 17. 18:40
내 청춘은 가스통처럼 옮겨다녔다
비바람이 헬맷을 거세게 흘러갈 때
달리지 않는 것들은 미끄러운 시선 밖으로
줄기차게 밀려난다
색색을 늘어뜨린 네온간판들
번번이 골목골목으로 사라진다
길은 인연같이 뻗어와
막다른 곳으로 쓸쓸히 흩어지는 것을
가스통을 짊어진 좁은 골목길에서 보았다
헤드라이트가 빠르게 난간을 더듬자
빗줄기가 뇌관처럼 즐비하다
턱을 바싹 당긴 채
굉음으로 앞바퀴 들어 달리다보면
나를 앞서간 사랑까지 가닿을 수 있을까
흘깃, 덜컹거리는 가스통을 돌아본다
매여 있는 것은 늘 괴롭다
가끔씩 물보라로 튀어 오르는 잔돌멩이들
길의 방점처럼 귀퉁이에 찍힌다
일순 번개가 치울린다
몸을 납작 엎드린다
발기된 엔진이 뜨겁다
생(生) 위에 길들여진 길이 끝날지라도
점화되지 못한 청춘을 싣고
나는야 폭탄처럼 달린다
(그림 : 김기홍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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