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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엽 - 겨울 우화시(詩)/이지엽 2014. 1. 15. 14:44
고추씨 오쟁이에 바람 한 줄 살금 딛고 가는 겨울 한낮
입 꽝 벌린 장독대 항아리들 금줄에 걸린 햇살들이
때 절은 문지방 애써 기어오르다
고드름 끝에 쨍그랑 부서진다
그러자 직립으로 낙하하는 물방울 그 투명한 속살
그 살결 파고들어 마악 길 떠나려는 찰나
그 밑에서 한가하게 한 세월 좋게 넘어가던 고양이가
그만 그 살가운 파고듦에
밥그릇을 뒤엎고 등을 세우며 부르르 떨고 선다
내게 왔다가 가버린 사랑은 늘 그러하였다
(그림 : 이남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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