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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양 아래서 마르고 말라,
딱딱한 소금이 되고 싶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쓰고 짠 것이 되어
마대 자루에 담기고 싶던 때가 있었다.
한 손 고등어 뱃속에 염장질려
저물녘 노을 비낀 산굽이를 따라가고 싶던 때도 있었다.
형형한 두 개 눈동자로 남아
상한 날들 위에 뿌려지고 싶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딱딱한 결정을 버리고 싶다.
해안가 함초 숲을 지나, 유인도 무인도를 모두 버리고,
수평선이 되어 걸리고 싶다.
이 마대 자루를 버리고, 다시 물이 되어 출렁이고 싶다
(그림 : 황기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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