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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 움직이는 산시(詩)/이건청 2014. 1. 10. 10:13
객사에 누워 뒤척이는 새벽
벌레들이 운다
벌레들이 푸른 울음판을 두드려
울려내는 청명한 소리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반야봉 하나를 뒤덮고
마침내 그 봉우리 하나를 통째로 떠메고
조금씩 떠가는 게 보인다
새벽이 깊을수록 더 깊어진 울음의 강이
산을 싣고 유유히 흐르는 게 보인다
아래쪽 산자락을 잘팍잘팍 적시면서
벌레 소리에 떠가는 산
골짜기의 절간까지, 싸리나무 일주문까지
벌레들이 울음소리로 떠메고남해 바다로 가고 있는 게 보인다
(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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