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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 노고지리시(詩)/이건청 2014. 1. 10. 10:15
2월 찬바람 속, 노고지리를 찾아갑니다.
들판, 채전 작년 배추밭엔 말라붙은 배춧잎들이 널려 있습니다.
간혹, 버려진 채 겨울을 난 지즈러기 배추도
2월 찬바람 속에 봄동 푸른 잎으로 살아납니다.
봄동 푸른 잎 사이를 날며, 기며, 들판에 와 있는지, 노고지리를 찾아갑니다.
노고지리 소리가 청명하게 울렸던 때도 있었습니다.
노고지리는 푸른 보리 물결 속에서 솟구쳐,
제자리 날갯짓으로 솟아오르며 또르르 또르르 울었습니다.
머리 위에 깃을 단 뿔종다리 울음소리가 온 들판을 채우고 나면,
들판을 넘쳐난, 나머지 소리가 아지랑이가 되어 아른거리곤 했습니다.
가물가물 솟구쳐 오르는 노고지리를 따라
고개를 치켜들고 바라보다 보면 두 눈에 눈물이 괴곤 했습니다.
2월의 찬바람 속 노고지리를 찾아갑니다.
흐린 눈으로 바라보는 하늘은 며칠째 황사입니다.
혹시 와 있을지도 모를, 머리 위에 깃을 단 작은 새를 찾아,
작년 채전 말라붙은 배춧잎 사이 봄동 푸른 잎을 찾아갑니다.
노고지리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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