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규 - 소

 

 

서너 발 이까리로 

주어진 땅

어슬렁

 

꼬리로는 툭툭

쇠파리와 놀아주고

피를 빠는 부던지도

혀로 핥으며 질긴 풀도 못 뱉는 우직은

천성

 

놀아도 밥 처먹는

개 팔자 뼈 빠지게 일을 해도 죽만 먹는

소 팔자

 

누구사 뭐라 하든

큰 눈 지긋 감고

귀를 터는 늙은

소.

*이까리: '고삐'의 경상도 사투리

*부던지: 가축에 기생하는 진드기의 일종.

주로 소의 다리 사이 등 후미짐 곳에 붙어서 피를 빨아 먹는다.

(그림 : 장정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