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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 논산 장시(詩)/이재무 2013. 12. 28. 18:16장 서는 날, 장 서봐야 예전 같지 않아서 시늉뿐이지만 한번이라도 걸리면긴한 일로 친정엄니 제사 건너뛴 것 마냥괜시리 서운하고 허전해서 서산댁 일 없어도 장에 가는데오늘도 지난 늦가을 짬 부려 수확한 도토리 한 말하고 더덕이며 고사리 보따리 챙겨 장 보러 간다그래도 장 서는 날이라고 텅텅 비던 버스가 머리 허연 중늙이들에다가강아짐 씨암탉이며 새끼돼지들로 그들먹하니 타고 해서 모처럼 그럭저럭 붐비는 게 차주마냥 반갑기만 하다간이 승강장에 버스가 설 때마다 경황 중에도 오르는 사람 치마며 바지말기 부여잡고 안부 챙기는 것 잊지 않는다아이고 새말 사둔댁 어떠유? 신수는 훤해보이는구만요 아이고 어떻긴 뭐가 어뗘? 대간하지! 대간혀 죽겄어!뭐가 그렇게 대간하대유 애덜 다 컸지 영감 밤 잘 드시지 그만하면 늙으마 호강이지 뭘 그리 엄살이셔유아이고, 서산댁! 모르면 암말도 말어 내 속타는 것 누가 알겄어 부처님도 몰러. 애덜이 크긴 뭐가 다 컸다고 그랴?시집 장개 갔으면 끝나는 줄 알았는디 그게 아녀! 화수분도 아니고 걸핏하면 손 벌려싼는디 원수가 따로 없당게늙은 영감탱이 술탐은 원쩐 일루다 갈수록 태산이고 말여
아니, 이게 누구여 강갱이댁 아녀? 이 여편네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개벼
어쩔라구 새댁마녕 뽀얗게 살이 오르는지 모르것네 도화살도 아니구 팔자 고칠라구 그라나.....차에 실은 물건 챙기랴 이 일 저 일 남 일이 내 일이라서
논산장 가는 삼십 리 수탉 꼬리보다도 짧기만 해서 서산댁 그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그림 : 정황수 화백)'시(詩) > 이재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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