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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 민물새우는 된장을 좋아한다시(詩)/이재무 2013. 12. 27. 22:11
민물새우는 된장을 좋아한다
소문난 악동들 따라 나도 소쿠리에 된장주머니 달아놓고
저수지 가생이에 담가놓는다
미역 즐기다 해거름 출출해지면 소쿠리 건져 올린다
된장주머니 둘레에 새까맣게 민물새우떼가 매달려 있다
그걸 담은 주전자가 제법 묵직하다
집으로 돌아오다 남의 집 담장 위 더운 땀 흘리는
앳된 애호박 푸른 웃음 꼭지 비틀어 딴 후
사립에 들어선다 막 밭일 마치고 돌아와
뜰팡에서 몸에 묻은 흙먼지 맨수건으로 터는 엄니는,
한 손에 든 주전자와 또 한 손에 든 애호박 담긴 소쿠리 번갈아 바라보다가
지청구 한마디 빼지 않는다
"저런 호로자식을 봤나, 싹수 노란 것이 애시당초 큰일 하긴 글렀다, 간뎅이 부어도 유만부동이지
남의 농사 집어오면 워찍한다냐 워찍하길"
그런데도 얼굴 표정 켜놓은 박속 같다
아들은 눈치가 빠르다 다음날, 또 다음날도 서리는 계속된다
된장 밝히다 죽은 새우는 애호박과 함께 된장국에 끓여져 식구들 입맛 돋우곤 하였다
그런 날 할머니의 트림 소리는 냇둑 너머까지 들리고 달은 우물 옆
팽나무 가지 휘청하도록 크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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