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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이제 범람을 모른다
좌절한 좌파처럼 추억의 한때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는 크게 울지 않는다
내면 다스리는 자제력 갖게 된 이후 그의 표정은 늘 한결같다
그의 성난 울음 여러 번 세상 크게 들었다 놓은 적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약발 떨어진 신화
그의 분노 이제 더 이상 저 두껍고 높은 시멘트 둑 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오늘 권태의 얼굴을 하고 높낮이 없이
저렇듯 고요한 평상심, 일정한 보폭 옮기고 있다
누구도 그에게서 지혜를 읽지 않는다
손, 발톱 빠지고 부숭부숭 부은 얼굴 신음만 깊어가는,
우리에 갖힌 짐승 마주 대하며
늦은 밤 강변에 나온 불면의 사내 연민, 회한도 없이 가래 뱉고 침을 뱉는다
생활은 거듭 정직한 자를 울린다
어제의 광명 몇 줄 장식적 수사로 남아 있을 뿐 누구의 가슴 뛰게 하지 못한다
그 어떤 징후 예감도 없이 강물은 흐르고 꿈도 없이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찬란한 야경 품에 안은 강물은 저를 감추지 못하고
다만, 제도의 모범생이 되어 순응의 시간을 흐르고 있다
(그림 : 양준모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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