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초 - 눈 내리는 밤시(詩)/이병초 2013. 12. 26. 14:10
제때 죽지 못한 슬픔처럼
숫제 알몽띵이로 펑펑펑 함박눈 쏟아진다
외등 낀 탱자나무울타리 위로, 짝발 짚고 선 지게 위로,
뒷바퀴 주저앉은 짐빠 위로, 우우웅컹!
문창을 때려 쌓는 개 짖는 소리 위로 펑펑펑펑 함박눈 쏟아진다
미치게 살고 싶었던 꿈자리들이 펑펑펑펑 쏟아진다
놋요강 놋대야 새로 들이고 자식보고 싶은 밤,
산도 들도 지붕도 길바닥도
평등하게 눈 덮일 눈부신 아침을 펑펑펑펑 출산하는 밤,
질긴 명줄이 다녀가는지 간혹 정짓문이 삐걱거린다
(그림 : 한천자 화백)
'시(詩) > 이병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병초 - 미꾸라지 (0) 2013.12.26 이병초 - 황방산의 달 (0) 2013.12.26 이병초 - 골목 (0) 2013.12.26 이병초 - 살구꽃 편지 (0) 2013.12.26 이병초 - 싸리꽃 (0) 201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