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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 - 살구꽃 편지시(詩)/이병초 2013. 12. 26. 14:19
미아리 반창코 보아라
시방 거그도 징허게 별일 없지야
스미끼리 성, 옥도정끼 성, 불광동에 풍선 성님도
잘 계시것지야 나는 물론허고 잘 있다떼돈 벌어서 금의환향허고 싶었는디
고것이 홧병이 되어 가꼬 귀울림병 얻은 것 빼고넌
다 태평성대 무고허다
디졌다 살아난 것은 예수허고 바둑알뿐이라고
디진 끗발 엔간히 조지라고 화투짝을 휙휙 천정에 꽂아붐서
쌀 이천 짝은 너끈할 판돈 싸들고 돌아서붐서
쐬주병 주둥이를 이빨로 깨물어 훅! 뱉어분 그 시절이
쪼깨 그립기는 허다두 시간 만에 일억 날려불고도 잠이 오던 그 시절
공장도 공사판도 군대도 교도소도
저승 명부에조차 내 이름이 빠졌다던 그 환한 시절
반창코 너도 기억 허쟈?
끗발 안서불먼 마장동 도살장에 들이닥쳐
암소고 도야지고 잽히는 대로 칵 멱을 따불먼
대번에 콸콸콸 쏟아지던 피
눙깔 하얗게 뒤집어 까고 쿨룩쿨룩 자껏이
밭은기침을 혀댈 때마다 쿨룩쿨룩 징허게 피를 쏟았제벌다방 송이다방 문짝덜, 뚜대겨도 뚜대겨도
달광 안 뜨던 개패 쥔 문짝덜 개창 씹창을 냈었제
그러나 인자 착허게 살라고 노력헌다
쌀 둬 말이먼 한 달 조지는디 먼 걱정이
꼽사등이것냐, 워떤 하늘님이
시방까장 살아온 만큼을 또 살으라고 명부 들먹거리먼
금방 디지드라도 내 밥끄럭 엎어불 것인디
목숨의 똥창까장 토해불 것인디
먼 걱정이 구구절절 지붕을 이것냐글고 반창코 너 말여
인자 내 발보고 자라발이다고 숭보지 마라잉
발가락덜이 엄지를 축으로 엇비슷헌 디다가 뭉툭헌 것은
내 뜻이 아녀, 참말로 인자
이 시상에 아조 없는 것맹이로 납작 엎디어서 살랑게
농사라야 머 ? 마지기 되것냐만 참회허는 맴으로
돈만 보먼 환장된장허는 음전헌 것덜이
을매나 떵떵거림서 워디까장 개지랄 떠는지
워디서 폭삭 망허는지 똑똑히 지켜봄서
참회허는 맴으로 꼬깽이짐 질랑게오널은 살구꽃이 폴폴 날링게 호맹이로 디엄자리 뒤적거려 몸띵이 빨간 그시랑들 깡통에 담을란다 이른 새옹개 나올지도 모릉게 얼금얼금헌 모기장베도 챙겨야 쓰것다 씨알이 예전만 못허드라만 그려도 틀못 아니냐? 괴기 안 잽히드라도 채비 애껴서 사먹었던 남부배차장 말좆빵을 추억험서 칸 반 낚싯대를 땡기마 폐 한쪽 띠어내붕게 벌쌔 숨이 차다만 후제 기별헐 때까장 성님덜 잘 모시고 건강혀야 쓴다
버드랑죽 꺼먹고무신 씀
(그림 : 신종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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