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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을이다
돌틈 새에 숨는 몇 마리 도마뱀들
숨어도 보이는 우리들의 꼬리를
아프게 잘라버린다
친구여 너는 네 말을 할 수 있느냐?
계절을 받고 또 계절을 내주고 섰는
산 속으로 들어서며
가을이 가고 있군 가을이
풀 잎 위에 떨구는 산여치의 울음
바람은 개울 위에 새 주렴을 펴고 있다
뒤따라가며 우리도 또한 흩어질 것이냐?
묵묵히 견디고 섰는
더 괴로운 물풀도 만나고 싶다
괴로움도 이제는 괴로움이 아니라고
친구여 맨살에 끊임없이 감기는 물소리
홀로 흐를 때
물소리는 한결같이 차갑게 스민다(그림 : 박명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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