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인 - 이별 노래시(詩)/김명인 2013. 12. 24. 11:17
잎진 숲길 지나와
그대마저 지우려 들판에 섰습니다저녁 노을에 숨죽이는 구름 유난해도
강 건너 도시의 창들 이른 불 밝혀 한 날
저물고 있습니다
굽은 강 허리 흐려지는 배 한 척도 보입니다
세월이 왔다 간 흔적 아무데도 찾을 수 없지만
저다지 어둠에 웅크려 낯선 집들, 서로를 가두는
문들을 닫아겁니다
밤과 밤 사이로 길들여지며
켜켜의 날들, 그 부질없음으로 오한 날지라도
가는 길 더는 당신을 꿈꿔 아니 됩니다
우리 정 그러하지 아니하여
여기저기 맘 거둘 일 고통입니다
이 치욕의 세월조차 우리 몫이 아니라면
피고 지는 들풀의 철없는 보챔 왜 눈물입니까
이 땅의 임자들 아직 그대로인데
부는 바람에도 갈라쥐는 여린 피와 살, 뼈마디마다에
새기며 그대 아픈
이별입니다
(그림 : 이황 화백)
'시(詩) > 김명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명인 - 안정사(安靜寺) (0) 2013.12.24 김명인 - 부석사(浮石寺) (0) 2013.12.24 김명인 - 천지간 (0) 2013.12.24 김명인 - 따뜻한 적막 (0) 2013.12.24 김명인 - 저 능소화 (0)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