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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인 - 너와집 한 채
    시(詩)/김명인 2013. 12. 24. 11:19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겠네
    저 비탈바다 온통 단풍 불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어든
    연기가 매워서
    집이 없는 사람 거기서도 눈물 잣겠네

    쪽문을 열면 더욱 쓸쓸해진 개옻 그늘과
    문득 죽음과, 들풀처럼 버팅길 남은 가을과
    길이 있다면, 시간 비껴
    길 찾아가는 사람들 아무도 기억 못하는 두천
    그런 산길에 접어들어
    함께 불붙는 몸으로 저 골짜기 가득
    구름 연기 첩첩 채워 넣고서

    사무친 세간의 슬픔, 저버리지 못한
    세월마저 허물어 버린 뒤
    주저앉을 듯 겨우겨우 서 있는 저기
    너와집
    토방 밖에는 황토흙빛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겠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아주 잊었던 연모 머리 위의 별처럼 띄워 놓고

    그 물색으로 마음은 비포장도로처럼 덜컹거리겠네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
    매봉산 넘어 원당 지나서 두천
    따라오는 등 뒤의 오솔길도 아주 지우겠네
    마침내 돌아서지 않겠네

    (그림 : 김동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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