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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 - 쓰러진 것들이 쓰러진 것들과시(詩)/박남준 2013. 12. 14. 18:26
고추밭에 고춧대들이 다 쓰러졌다
홀로 비바람 견디기에 힘들었던가
아니라면 그 어떤 전율 같은 격한 분노에
몸을 온통 내던졌는가
내 기억의 뒤란에 쓰러져 누운 것들이 있지
오래 묵었으나 삭지 않아 눈에 밟히는 것들이 있지
작년 여름 쓰러져 죽은
미루나무 가지들 잘라 지주대로 삼는다
껴안는구나
상처가 상처를 돌보는구나
쓰러진 것들이 쓰러진 것들과 엮이며 세워져
한 몸으로 일어선다
그렇지 그렇지
푸른 바람이 잎새들을 어루만지는구나(그림 : 김일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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