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승달을 바라보면서도 글썽이지 않는 사람은
인생을 모르는 사람이다
초승달의 여린 눈썹을
제 눈썹에 갖다 대보지 않은 사람은
슬픔을 모르는 사람이다
새 날아간 저녁 하늘에 언뜻 쉼표 몇 개가 떠 있다
아마도 누구에겐가로 가서
그의 가슴을 비수로 찌르고야 말 초승달
초승달을 바라보면서도
마음 죄지 않는 사람은
인생을 수놓아보지 않은 사람이다
건드리면 깨진 종소리가 날 것 같은 초승달
초승달을 바라보면서도 눈시울 뜨거워지지 않는 사람은
기다림으로 하루를 수놓아 보지 않은 사람이다
(그림 : 장용길 화백)
'시(詩) > 이기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기철 - 우수의 이불을 덮고 (0) 2013.12.22 이기철 - 부부 (0) 2013.12.22 이기철 - 외롭다고 말할 수 있는 힘 (0) 2013.12.22 이기철 - 어떻게 피면 들국처럼 고요할 수 있을까 (0) 2013.12.09 이기철 -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0) 2013.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