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 가장 비밀한 소리까지
함께 듣는 사람이 부부다
식탁에 둘러앉아 나란히 수저를 들고
밥그릇 뚜껑을 함께 여는 사람
이부자리 속 달걀만한 온기에도
고마워할 줄 알고
저녁놀 속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하루를 떠나보내는 사람
적금통장을 함께 지니고
지금은 떠나있어도 아이들 소식 궁금해하는 사람
언젠가 다가올 가을 으스름같은 노년과
죽음에 대해서도 함께 예비하는 사람
이 나무와 저 나무의 잎이 닿을 듯 닿지 않을 때
살닿음의 온기 속에 서로의 등을 뒤이며
머리카락 스쳐간 별빛을 함께 기억하는 사람
이 나무와 저 나무처럼 가장 가까이 서서
먼 우레를 함께 듣는 사람(그림 : 안호범 화백)
'시(詩) > 이기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기철 - 가을 우체국 (0) 2013.12.22 이기철 - 우수의 이불을 덮고 (0) 2013.12.22 이기철 - 외롭다고 말할 수 있는 힘 (0) 2013.12.22 이기철 - 초승달 (0) 2013.12.10 이기철 - 어떻게 피면 들국처럼 고요할 수 있을까 (0) 2013.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