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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 어떻게 피면 들국처럼 고요할 수 있을까시(詩)/이기철 2013. 12. 9. 18:32
혼자 있는
날은 적막의 페이지를 센다
페이지마다
햇볕에 말린 참깨 알 소리가 난다
여기 수천 번 다녀간 가을이
갈대 화환을 들고
또 고요의 가슴을 딛고 와
커튼을 젖힐 때
새 떼는 우짖고
들국은 까닭 모르고 희어진다
심근경색의 바람이 혼자 불고
냇물은 살을 여미며 흘러간다
조금쯤은
괴로울 줄도 알아야 살아 있는 것이다
끼니마다 내는 수저 소리가
모두 음악일 순 없지 않느냐
고독이여
내 한껏 사랑하고도 남은 사랑이여
흙의 냄새를
깊이 마신 저 꽃은 필수록 고요하다
오래 살았으면
화려한 병력 하나라도 지녀야 한다고
들국 앉은 옆자리에
들국만 한 집 한 채 지어 보는 오늘
길에 살을 다 내어 준 돌맹이가
햇볕에 심줄을 드러내고 있다
하루가
야위고 야위어서 가시가 된 나뭇가지여
묻노니,
어떻게 피면 들국만큼 고요해질 수 있느냐(그림 : 안모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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