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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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윤 - 겨울 해변가에서시(詩)/서정윤 2013. 12. 6. 23:08
소리치고 있다 바다는 그 겨울의 바람으로 소리지르고 있었다. 부서진 찻집의 흩어진 음악만큼 바람으로 불리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했다. 아니, 물보라로 날리길 더 원했는지도 모른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겨울의 바다 오히려 나의 기억 한장을 지우고 있다 파도처럼 소리지르며 떠나고 있다. 내가 바닷물로 일렁이면 물거품이 생명으로 일어나 나를 가두어두던 나의 창살에서 하늘로, 하늘로 날아오르고 그 바닷가에서 나의 모든 소리는 바위처럼 딱딱하게 얼어 버렸다 옆의 누구도 함께 할 수 없는 그 겨울의 바람이 나의 모든 것으로부터 떼어 놓았다. 소리쳐 달리는 하얀 물살 꽃엔 갈매기도 몸을 피하고 바위조차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만 무너진 그 겨울의 기억을 아파하며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 내 속의 시간 오히려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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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윤 - 그대를 사랑하는시(詩)/서정윤 2013. 12. 5. 09:28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빛나는 눈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따스한 가슴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지와 잎, 뿌리까지 모아서 살아있는 나무라는 말이 생깁니다. 그대 뒤에 서있는 우울한 그림자, 쓸쓸한 고통까지 모두 보았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대는 나에게 전부로 와 닿았습니다. 나는 그대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진 않습니다. 그대가 완벽하게 베풀기만 했다면 나는 그대를 좋은 친구로 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대는 나에게 즐겨 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 두었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무엇이 될 수 있겠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림 : 오정익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