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서정윤
-
서정윤 - 홀로 걸으며시(詩)/서정윤 2013. 12. 6. 23:23
그냥 홀로 걷고 있습니다. 그들은 무심히 나를 지나치고 나는 이 무서운 길을 혼자서 걸을 수 밖에 따뜻한 손길을 바라기도 이젠 지쳐 버렸습니다. 결국 내가 이 주림을 채워야 하고 남들의 이상한 눈빛조차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간혹 어설픈 관심을 보일 때도 있지만 그 정도에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걸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있는 삶의 상처는 혼자서 숨겨야 합니다. 상처가 스스로 아물고나서도 그냥 잊어야 합니다. 내일은 또다른 내일로 이어지기에. (그림 : 이형준 화백)
-
서정윤 - 파도의 끝 어디쯤시(詩)/서정윤 2013. 12. 6. 23:22
깨어 있으라, 그대의 낯선 얼굴 눈물자국이, 아득한 기억의 동화로 살아나는 밤을, 지키고 있으라 서성이며 오랜 찾음 어디엔가 울음 우는 영혼이 쓰러지고 쓰러지며 그리운 그리움이여. 모든 쓰러짐의 어디쯤 고통의 투명한 꽃들 사이에서 아픔은 잊었던 사랑을 일으켜 세우며 소리지르는, 소리지르며 떠나지 못하는 뭉크의 한 장 달력이 넘겨지고 언제나 누워 두드려 보는 하늘의 창 아직 닫혀 못하는 끊임없이 울어 부서지는 파도의 끝 울음 속에 자라는 울음의 희열 파도의 끝 어디쯤. (그림 : 노재순 화백)
-
서정윤 - 저녁 연기시(詩)/서정윤 2013. 12. 6. 23:21
저녁 연기는 어디로 가는가 그대 저문 들녘 굴뚝을 떠난 이후, 언제나 떠돌던 그림자 흐린 하늘에 비친 저녁 얼굴 그릴 수 없는 자신의 불꽃 연기로만 오를 뿐 미처 다 타버리지 못한 아쉬움조차 안타깝다. 이것은 나의 얼굴이 아닌채 말하지 못하는 비겁함. 모두를 해결해 줄 시간은 너무 천천하다. 연기는 언제나 흩어진다. 갈 곳을 알고 너무 바삐 가버리는 그들 기다리는 허무, 끝없이 갈 곳이 있는 그들이 신기하다. 슬픈 하늘의 노래가 울리고 울려 흔들리는 내 그림자 무심히 지나가 버리는 그들 뒤에서 가슴 깊이 기침하는 그림자가 있다. (그림 : 이수미 화백)
-
서정윤 - 새로운 시작의 돌을 던지다시(詩)/서정윤 2013. 12. 6. 23:15
사랑한다고 말하면 울리는 공기의 파장에 비누 방울처럼 터질 것 같은 하늘거림이 느껴질 때 낯선 것으로 나아가는 두려움 새로움이 주는 용기에 시행착오들조차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다 과거의 어떤 절망도 사치스러웠다고 나비 날개에 눈을 그리면 유리의 웃음소리가 내 가려는 그곳에서 번져 나온다 나의 본질은 한 번의 들숨과 날숨 공기 중에 흩어지는 그것들을 툰드라의 찬바람에 섞는다 다시 나눌 수 없는 수많은 본질들이 순록처럼 몰려다니는 그곳에서, 빛으로 나누는 언어 매미처럼 허물을 벗으며 날개를 가지고 다시 태어난다 내 가진 낱말들이 의미를 버리고 저희들끼리 마구 자리를 바꾼다 사랑한다고 말하여 울리는 파장에 모든 현상의 형상들이 터져 나가고 이제 처음의 시작에 선다 다시 혼돈 속으로 돌아갈지라도 어깨 너머로 돌..
-
서정윤 - 그리움 하나시(詩)/서정윤 2013. 12. 6. 23:11
조금도 움직이고 싶지 않은 푸른 꿈을 꾸는 날 온통 내 안으로 밀고 들어와 오랜 익숙함으로 자리잡는 날개 깃털 무늬에 망설이는 흔적이 남아 하찮아했던 것들에 눈돌릴 여유로 정지된 풍경의 장면 속으로 발을 들여 놓는다. 묶인 매듭을 풀며, 억지로 내 가진 치유력을 믿어 보지만 슬픔의 숫자를 다 헤아리지 못했다. 바람속에서 바람이 만들어지고 바람속에서 날개가 생겨난다. 그 바람속으로 나를 던져 버린다. 어쩌다가 지나는 생각 조각들을 그냥 쳐다보며 시간으로 산을 쌓는다. 풍선으로 날려버린 기억의 파편들 꽃을 피우는 그 어떤 힘을 찾으며 나를 올려다 보는 맑은 눈빛을 느낀다. 사무치는 그리움 하나 가슴에 품고 노래하는 새 노래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그림 : 김기택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