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목필균
-
목필균 - 소나기시(詩)/목필균 2014. 3. 14. 11:11
지하역 출구에서 잠시 멈춰 선다. 세차게 내리꽂히는 빗줄기가 멈추길 기다리며 나도 계단이 된다. 올라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는 지점에서. 지상도 보이고 지하도 보이는 지점에서. 헤어짐도 아니고 만남도 아닌 사랑을 생각한다. 비안개처럼 그리움만 흥건하게 적셔진다. 세찰수록 금방 그칠 것이란 생각도, 진한 그리움일수록 돌아서면 곧 스러질 것이라는 것도 이만큼 세월로 얻은 예견이다. 잠시 멈춰 섰다가 돌아가는 한낮, 굵은 물방울 떨굴수록 푸르러지는 플라타너스 너른 잎새 속으로 길을 재촉한다. (그림 : 이형준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