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나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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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열 - 오늘을 작별하며시(詩)/나호열 2014. 5. 9. 23:07
쿵쿵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내며 층계를 내려가는 바람은 추억의 푸른 창고에 가득할지 모른다 점점 멀어져가는 추억의 길은 초생달 깨금발로 몰래 걸어가는 밤길 앞으로 나가면서도 영영 뒷걸음치고야 마는 내가 서 있어야 할 정거장은 무너져내려야 할 예감으로 가득한 나무들의 적막 속에 있을지 모른다 어깨가 무거운 것은 내가 지고 있는 물동이 속에 기쁨과 슬픔의 돌덩이가 서로를 겨누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증발되는 눈물이 별로 가득차기엔 생이 너무 짧다 하늘이 너무 넓다 (그림 : 하삼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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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열 - 겨울 파계사(把溪寺)시(詩)/나호열 2014. 3. 11. 02:48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쉽게 지나쳐 버린 삶 또는 죽음 헝클어 진 바람 한 꾸러 미 대숲에 놓아주려 흔적 없이 푸르른 웃음으로 전생을 걸어가려 하네 아픔을 잊고 아픈 다리까지 잊어버릴 때 나무들이 뿜어내는 침묵이 더욱 짙은 향기로 퍼져가고 새들이 날아가네 수신될 수 없는 전파처럼 다시 만나야 할 곳으로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쉽게 낙엽 대신 반야심경 독경 소리가 우수수 발 밑에 떨어졌네 파계사(把溪寺) : 대구 동구 중대동의 팔공산(八公山) 서쪽 기슭에 자리잡은 동화사(桐華寺)의 말사. 804년(애장왕 5) 심지(心地)가 창건하고, 1605년(선조 38) 계관(戒寬)이 중창하였으며, 1695년(숙종 21) 현응(玄應)이 삼창하였다. 이 절에는 영조(英祖)의 출생과 관계되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숙종의 ..